‘너나 가져라’ 해서 여의도(汝矣島)라 이름 붙여졌다는 이 섬.
모래와 바람만이 가득해 천인들이 양을 치고 궁녀들의 화장터로 쓰였을 만큼 쓸모없던 이곳은
이제 누구라도 들어오고 싶어 하나 아무나 들어올 수는 없는 도도한 땅이 되었다.
대한민국의 권력이 모이는 곳, 증권가의 거대한 자본이 오가고 온갖 찌라시와 루머가 양산되는 곳.
그리고...
뉴스와 드라마와 쇼로 대한민국의 여가시간을 책임지는 방송국이 있는 곳이 바로 여의도다.
그러니 이제는 누구도 ‘너나 가져라’고 말할 수 없는 어마무시하게 귀하신 땅인 것이다.
자 이제..
여의도의 중심, 365일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으며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고 있는..
KBS 한국방송... 그곳의 6층, 예능국으로 올라가본다.
그곳에는 <1박 2일> <개그콘서트> <슈퍼맨이 돌아왔다> <비타민> <연예가중계> <뮤직뱅크>
<전국노래자랑>을 만드는 사람들이, 파티션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는 ‘사무실’이 있다.
그냥 사무실이다.
교무실이라든가 동사무소라든가 구로동 어느 무역회사와 뭐 그리 큰 차이가 없는..
파티션 있고 복사기 토너 흔들어 써야하고 부장 눈치 보느라 어쩔 수 없이 회식 참석해야 되는...
그냥 사무실.
이곳에서 <1박 2일> 피디는 새로 들어온 조연출에게
“혹한기 야외 촬영 나갈 때 어느 회사 패딩이 가장 가성비가 좋은지”나
“어떻게 하면 까나리 액젓을 아메리카노랑 비슷하게 만들어 멤버들을 왕창 속일 수 있는지”를
어마어마한 영업비밀인 양 전수하며,
<개그콘서트> 피디는 어떤 각도에서 박을 머리에 쳐야 깨지는 소리도 아주 그냥 시원시원하게
나면서 웃기게 얻어맞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수십 개의 박을 지 머리로 깨고 앉아 있다.
한때는 수재 소리 들어가며 서울대 연고대 나와서 방송국 들어갔다고 축하도 많이 받았는데,
죽자고 영어 공부해서 토익도 980점씩 맞았었는데...
거리 인터뷰 나가 외국인 만나면 버벅대기는 고딩과 매한가지고
독해도 해외 직구할 때나 유용하지 별로 쓸 일도 없다.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1등을 했던 과목은 ‘수학’과 ‘과학’이었건만,
정작 촬영장에서 가장 필요한 건 ‘눈치’와 ‘체력’이요,
취업하려고 ‘논술’과 ‘상식’ 후벼 팠지만 회의실에서 가장 필요한 건
‘수려한 말빨’과 ‘핸드폰 전화번호부’임을 깨닫고 만... 예능국 근무 중인 고학력 바보들.
밤샘회의에 촬영에 편집에 마라톤을 뛰고도 시청률 떨어지면 밥버러지 취급을 받으니
오늘이라도 ‘너나 가져라’ 하고 싶지만.. 그래도 차마 그럴 수 없는 소중한 KBS 출입증. 그거 목에 걸고 오늘도 여의도 18번지 6층으로 출근하는
피디 아닌 직장인들의 사무실 이야기.
줄거리
방송국 예능국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사진보기
‘너나 가져라’ 해서 여의도(汝矣島)라 이름 붙여졌다는 이 섬.
모래와 바람만이 가득해 천인들이 양을 치고 궁녀들의 화장터로 쓰였을 만큼 쓸모없던 이곳은
이제 누구라도 들어오고 싶어 하나 아무나 들어올 수는 없는 도도한 땅이 되었다.
대한민국의 권력이 모이는 곳, 증권가의 거대한 자본이 오가고 온갖 찌라시와 루머가 양산되는 곳.
그리고...
뉴스와 드라마와 쇼로 대한민국의 여가시간을 책임지는 방송국이 있는 곳이 바로 여의도다.
그러니 이제는 누구도 ‘너나 가져라’고 말할 수 없는 어마무시하게 귀하신 땅인 것이다.
자 이제..
여의도의 중심, 365일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으며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고 있는..
KBS 한국방송... 그곳의 6층, 예능국으로 올라가본다.
그곳에는 <1박 2일> <개그콘서트> <슈퍼맨이 돌아왔다> <비타민> <연예가중계> <뮤직뱅크>
<전국노래자랑>을 만드는 사람들이, 파티션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는 ‘사무실’이 있다.
그냥 사무실이다.
교무실이라든가 동사무소라든가 구로동 어느 무역회사와 뭐 그리 큰 차이가 없는..
파티션 있고 복사기 토너 흔들어 써야하고 부장 눈치 보느라 어쩔 수 없이 회식 참석해야 되는...
그냥 사무실.
이곳에서 <1박 2일> 피디는 새로 들어온 조연출에게
“혹한기 야외 촬영 나갈 때 어느 회사 패딩이 가장 가성비가 좋은지”나
“어떻게 하면 까나리 액젓을 아메리카노랑 비슷하게 만들어 멤버들을 왕창 속일 수 있는지”를
어마어마한 영업비밀인 양 전수하며,
<개그콘서트> 피디는 어떤 각도에서 박을 머리에 쳐야 깨지는 소리도 아주 그냥 시원시원하게
나면서 웃기게 얻어맞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수십 개의 박을 지 머리로 깨고 앉아 있다.
한때는 수재 소리 들어가며 서울대 연고대 나와서 방송국 들어갔다고 축하도 많이 받았는데,
죽자고 영어 공부해서 토익도 980점씩 맞았었는데...
거리 인터뷰 나가 외국인 만나면 버벅대기는 고딩과 매한가지고
독해도 해외 직구할 때나 유용하지 별로 쓸 일도 없다.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1등을 했던 과목은 ‘수학’과 ‘과학’이었건만,
정작 촬영장에서 가장 필요한 건 ‘눈치’와 ‘체력’이요,
취업하려고 ‘논술’과 ‘상식’ 후벼 팠지만 회의실에서 가장 필요한 건
‘수려한 말빨’과 ‘핸드폰 전화번호부’임을 깨닫고 만... 예능국 근무 중인 고학력 바보들.
밤샘회의에 촬영에 편집에 마라톤을 뛰고도 시청률 떨어지면 밥버러지 취급을 받으니
오늘이라도 ‘너나 가져라’ 하고 싶지만.. 그래도 차마 그럴 수 없는 소중한 KBS 출입증. 그거 목에 걸고 오늘도 여의도 18번지 6층으로 출근하는
피디 아닌 직장인들의 사무실 이야기.
1박2일 시즌 4 <여배우들의 1박2일> 연출. 예능국 입사 8년차.
그동안 거쳐간 프로그램들은 많지만
딱히 대표작이라고 내세울만한 프로그램은 없다.
뭘 시키면 그렇게 투덜댄다.
안 할 것도 아니다. 할 거면서 투덜댄다.
하지만 정이 있고, 책임감도 있다.
뭐가 부당하다 싶으면 욱해서 버럭 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만
정확히 15초 후에 다시 들어온다. 그래서 별명은 15초 준모.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지만
우유부단에 결정장애까지 있어 소통이 가장 어렵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들의 관계 때문에
가깝게 지낸 예진과는 아직까지는 로맨틱한 썸 보다 쌈이 더 어울리는 사이.
공효진 [탁예진] - 35세 뮤직뱅크 피디
"피디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뭔지 알아? 실력? 인맥? 시청률?
다 필요 없어. 뒤끝이야! 피디는 뒤끝이 있어야 돼!”
입사초기, 예진은 예능국의 한 떨기 꽃이었다.
남자들만 득실대는 예능국에 들어온 신입 여 피디였기 때문에
모두들 ‘피디 치곤’ 예쁘다며 좋아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예진은 ‘우리 예진인 참 여리고 착해’란 말이
결코 칭찬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한 마리의 쌈닭일 뿐이다.
똑똑하고 도도한 말투가 무색하게
종종 의도치 않은 몸 개그를 선보이는 허당.
내쳐지고 소외되던 과거가 있어선지 현재 소유한 작은 권력(?)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유치한 면도 있다.
요즘 들어 자꾸 준모가 거슬린다.
아무리 말을 해도 안 들어 먹는 저런 거 누가 데려갈까 불쌍하다!
하다가도 술 먹고 떡이 돼서 빌빌대고 있을 땐
꿀물 타서 억지로 고개 들어가며 먹인다.
먹고 나서 아.. 속 쓰려..하며 인상을 쓰는 준모를 보면,
자기도 모르게 비슷한 표정으로 인상을 쓰고 있다.
이상하게 내 속도 쓰린 것 같아서.
김수현 [백승찬] - 27세 KBS 예능국 신입피디
"검사도, 의사도, 변호사도 아니지만...
프.로.듀.사.잖아요 아버지”
여의도라는 이상한 토끼굴에 떨어진 앨리스.
대학 때까지 수재 소리 들어가면서 열심히 배워왔던 게
이렇게까지 아무 소용이 없을 줄이야.
그래서 예능을 그야말로 ‘공부’했다.
어린 시절 집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국사’ 과목 공부하듯이 예능의 역사를 공부한다. 혼자서.
기본적으로 말을 좀 더듬거나 주저주저하거나 말꼬리를 흐리면서도
어쨌든 결론적으론 본인 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전달하는 편이라
사회생활에 적합하지 않은 캐릭터.
안 그래 보이는데 의외의 뒤끝이 있다.
좋은 거든 나쁜 거든 반드시 -사소하게라도- 갚아준다.
조금 쪼잔하고 섬세하며 한발쯤 늦는 그녀들의 키다리 아저씨 스타일.
한편으론 구박 당하다가 정이 들어 버린 예진을 향한 마음을 키워가게 된다.
아이유 [신디] - 23세 10년차 가수
"나더러 계속 잘나가길 바란다는 게, 무슨 뜻일 것 같니?
안 그럼... 날 밟아버리겠단 얘기야”
13살 때 연습생으로 변엔터에 들어간 10년차 연예인.
세상에 절대 공짜는 없고 이 바닥이 얼핏 화려해보이지만
차가워서 편안히 몸 누일 바닥이 절대 아니라는 걸
열다섯 되기 전에 깨달았다.
이유 없는 친절은 필요 이상으로 경계하고,
절대 깊은 정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포커페이스의 달인. 그 어떤 상황에서도 이성을 잃지 않는 얼음공주.
변대표에게 ‘엄마’라고 부르고 변대표도 신디를 ‘우리딸’이라고 부르지만..
신디는 알고 있다. 변대표는 신디가 어서 한건의 큰 실수를 하길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변대표의 손아귀에서 화려하게 독립하는 것이 현재 그녀의 목표.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게 된다.